미국 플로리아주 아파트. 한 남성이 계단으로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손에는 주사기 들려 있습니다.

잠시 뒤 현관문 앞에 몰래 쪼그려 앉더니 문틈 사이에 주사기로 무언가 집어넣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현장을 황급히 벗어납니다.

이 남성이 현관문을 통해 집 안에 주입한 건 다름 아닌 '화학 물질'이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지역 한 아파트에 사는 36세 유학생 쉬밍 리는 이웃집 층간소음에 화학 물질 테러를 벌였다가 붙잡혔습니다.

피해 이웃인 우마 압둘라의 가족은 어느 날부터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를 맡았습니다. 압둘라와 그의 아내, 생후 10개월 된 딸은 두통과 메스꺼움, 호흡곤란, 구토 증상 등을 보였습니다.

압둘라는 소방서에 신고했지만 냄새의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이상한 냄새에 시달리던 압둘라는 현관문 근처에서 유독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느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앞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압둘라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이웃 주민인 리가 현관문 틈 사이로 주사기를 이용해 무언가 집어넣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힌 겁니다.

압둘라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조사 결과 리가 주입한 건 화학 물질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물질을 조사해보니 진통제인 메타돈(methadone)과 히드로코돈(hydrocodone)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부작용으로는 불안과 복통, 구토, 호흡 곤란, 피부 자극, 가슴 통증, 설사, 환각,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압둘라와 리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는 화장실 변기 소리, 발소리 등에 대해 항의했었다고 압둘라는 전했습니다.

결국 리는 지난 6월 27일 체포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압둘라와 그의 가족은 한 달 넘게 화학 물질을 흡입해 호흡 곤란과 피부 자극 등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사건을 현장 조사하던 경찰관도 화학 물질에 노출돼 피부 자극을 겪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리는 스토킹과 화학 물질 살포, 규제 약물 소지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경찰관이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당해 경찰관 폭행 혐의도 받습니다.

리는 2018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화학과 박사 과정을 밟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리는 이번 사건으로 거주하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날 전망입니다